드뷔시: 야상곡 (Nocturnes)
구성
I. Nuages(구름) - 0:00
II. Fêtes(축제) - 7:28
III. Sirènes(시레느) - 13:44
구성
I. 구름 (Nuages) 0:00
II. 축제 (Fêtes) 7:28
III. 시레느 (Sirènes) 13:44
악곡 해설
클로드 드뷔시의 『야상곡 (Nocturnes)』은 1897년부터 1899년에 걸쳐 작곡된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구름」, 「축제」, 「시레느」의 세 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입니다. 프랑스어 제목 그대로 『녹튀르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야상곡’이라는 장르는 원래 아일랜드의 작곡가 존 필드가 시작하고 쇼팽이 발전시킨 피아노 기악곡 형식이지만, 드뷔시의 『야상곡』은 기존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개념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탐미주의 성향의 미국 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의 회화 시리즈 ‘녹턴(Nocturne)’, 특히 〈푸른색과 은색의 녹턴〉(1871–1872), 〈검정과 금색의 녹턴 – 떨어지는 불꽃〉(1875) 등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영국 시인 앨저넌 찰스 스윈번(Algernon Charles Swinburne)의 시 「녹튀르느」(1876)에서 착상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드뷔시 자신은 “이 제목에는 인상과 빛의 변화를 표현하려는 모든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으며, 전통적인 ‘야상곡’의 개념과는 무관하다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악장별 해설
제1악장: 구름 (Nuages)
이 악장은 하늘 위로 천천히 흐르고 사라지는 구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곡의 서두에는 클라리넷과 바순이 연주하는 주제가 등장하며, 이는 “센 강 위에 드리운 구름”을 표현한 것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이 주제의 움직임은 무소르그스키의 가곡집 『태양 없이』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리듬은 6/4박자와 4/4박자의 폴리리듬이 겹쳐지면서 불분명한 박절감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잉글리시 호른이 “기선의 사이렌” 같은 선율을 연주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현악기는 약음기를 사용해 12분할로 세밀하게 나뉘며, 플루트, 호른, 하프 등이 어우러져 특유의 회색빛 음향 질감을 형성합니다. 중간 부분에서 플루트가 동양적인 5음계 선율을 연주하는데, 이는 드뷔시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들은 자바의 가믈란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2악장: 축제 (Fêtes)
이 악장은 축제의 활기와 열기, 그리고 그 뒤의 고요함을 그립니다. 현악기의 다섯 번 반복되는 강렬한 리듬 위에 목관악기가 경쾌한 스케르초풍의 주제를 노래하며 시작됩니다.
음악은 빠른 3연음 리듬 위에서 역동적으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축제의 흥겨움이 멈추고 멀리서 환영 같은 행렬이 다가오는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이후 축제의 주제와 행렬의 주제가 함께 어우러지며 장대한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서서히 잦아들며 조용히 끝을 맺습니다. 마지막에는 트럼펫이 등장하여 다음 악장인 「시레느」의 서주를 암시합니다.
제3악장: 시레느 (Sirènes)
‘시레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요염한 바다의 요정, 세이렌(Siren)을 의미합니다. 이 악장은 트럼본, 튜바, 팀파니 등 저음 타악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대신 가사 없는 여성 합창(Vocalise)이 더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드뷔시는 달빛 아래 반짝이는 물결, 그리고 시레느의 노래가 공명하는 모습을 섬세하고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표현했습니다. 부드럽고 투명한 음색의 조화는 환상적인 바다의 풍경을 그려내며, 드뷔시가 훗날 작곡한 교향적 스케치 『바다(La Mer』(1903)의 전조로 평가받습니다.